S.SANCT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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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물건을 살까 — 『론 아저씨의 선물』을 읽다가

커피 한 잔 옆에 펼쳐 놓은 책

『론 아저씨의 선물』을 읽다가 네 가지를 적었다. 사업을 하면서 종종 생각했던 것들인데, 막상 내 일에 대입하니 쉽게 답하기 어려웠다.

어떤 사람이 내 상품을 살까. 그 사람에게 상품의 장점을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까. 가격이 비싸더라도 기꺼이 돈을 낼 이유는 뭘까.

읽을 때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책을 덮고 “그래서 네가 파는 건 뭔데?”라고 물으면, 나는 어디서부터 설명할지 잠깐 고민하게 된다. 그 잠깐이 좀 마음에 걸렸다.

누가 살지, 얼굴이 떠오르는가

첫 번째로 남긴 메모는 어떤 사람이 물건을 살지 선명하게 떠올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객을 정하는 일은 해봤다. 업종을 나누고, 규모를 보고, 필요한 서비스를 생각한다. 그런데 분류를 잘해놓는 것과 그 사람이 왜 돈을 쓰는지 아는 것은 거리가 있다.

이를테면 “해외 마케팅이 필요한 회사”까지는 쉽게 말할 수 있다. 그다음부터가 어렵다. 직접 해보다가 막힌 회사일까. 이미 다른 업체를 쓰고 있지만 결과를 설명받지 못해 답답한 회사일까. 시작해야 한다는 건 아는데 누구에게 맡길지 몰라 미루는 회사일까.

필요한 건 비슷해 보여도 듣고 싶은 말은 다를 것이다. 어떤 곳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어떤 곳에는 약속한 일을 제때 끝내주는 사람이 더 절실할 수 있다.

고객이 선명해야 한다는 말을 나는 이렇게 받아들였다. 그 사람의 업종만 알아서는 부족하다. 지금 무엇 때문에 불편한지까지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설명이 길어질 때

두 번째는 상품의 장점을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건 내 일을 돌아보게 했다. 내가 하는 업무를 설명하라면 얼마든지 길게 말할 수 있다. 조사하고, 기획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배포하고, 결과를 확인한다. 하나하나 필요한 일이다. 다만 고객이 처음부터 그 과정을 전부 궁금해할지는 모르겠다.

고객 입장에서는 먼저 알고 싶은 게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걸 맡기면 무엇이 좋아지는지. 지금 겪는 문제 중 어디까지 해결되는지.

설명이 길어지는 게 늘 전문성 때문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조차 핵심을 못 골라서 이것저것 붙이고 있는 건 아닌지. 서비스를 추가하기 전에 설명부터 줄여볼 필요가 있겠다.

한두 마디로 말해본 다음, 실제 고객에게 그 말이 와닿는지 물어보고 싶다. 내가 멋있다고 느끼는 문장과 고객이 알아듣는 문장은 다를 수 있으니까.

비싸도 사는 이유

세 번째 메모를 가장 오래 봤다. 원가에서 출발하기보다, 높은 가격에도 기꺼이 살 고객이 누구인지 생각하고 상품을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가격을 올리는 이야기로 읽혔다. 다시 생각하니 상품을 만드는 순서에 관한 이야기 같았다. 먼저 만들고 얼마를 받을지 고민하기 전에, 누가 어떤 가치를 크게 느끼는지 알아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같은 서비스를 두고도 누군가는 비싸다고 하고 누군가는 시간을 아꼈다고 느낄 것이다. 고객이 감당하던 수고나 불확실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들인 시간이 같다고 해서 고객이 얻는 가치까지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가격표만 바꾼다고 일이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비싸도 살 이유를 실제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을 약속할 수 있는지, 그 약속을 계속 지킬 수 있는지까지 따라와야 한다. 원가도 당연히 계산해야 하고.

나는 이 대목 옆에 질문 하나를 더 남겨두기로 했다. 지금 서비스의 가격을 설명해야 한다면, 작업량 말고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사업계획서를 써봐야겠다

마지막 메모는 꽤 구체적이었다. 시장 분석과 기회, 경쟁사와 경쟁 상품, 우리 쪽의 강점과 경쟁력, 고객이 느끼는 가치. 그리고 매출·수익·자금 계획.

항목만 보면 익숙하다. 그런데 익숙하다는 이유로 머릿속에서만 정리해놓고 넘어가기 쉽다. 시장에 기회가 있다는 생각과 그 기회로 매출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 사이에는 설명해야 할 것이 많다.

특히 고객이 보는 가치를 따로 적어야 한다는 점이 좋았다. 내가 자신 있는 부분을 쓰다 보면 어느새 고객도 그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거라고 가정하게 된다. 실제로는 다른 이유로 나를 선택했을 수도 있는데.

매출, 수익, 자금도 각각 써봐야겠다. 얼마를 팔 것인지, 비용을 빼면 얼마가 남는지, 돈이 들어오기 전까지 얼마를 먼저 써야 하는지. 한꺼번에 잘될 거라고 생각하면 놓치는 부분들이다.

지금 읽은 내용을 거창한 결심으로 남기고 싶지는 않다. 우선 내가 파는 서비스 하나를 골라 한 장으로 적어보면 될 것 같다. 누가 사는지, 왜 사는지, 무엇을 약속하는지, 그 약속을 지키고도 얼마가 남는지.

책은 계속 읽고 있다. 일단 이 네 가지는 잊기 전에 내 일에 한번 써먹어보고 싶다.


『론 아저씨의 선물』을 읽으며 적은 메모를 바탕으로 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책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 인용이나 전체 내용을 정리한 서평은 아닙니다.

사진: Timothy Barlin / Unsplash. 독서 분위기를 담은 자료 사진이며, 사진 속 책은 본문에서 소개한 책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