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쯤 차트를 보고 있었다. ATH가 곧 전고점을 뚫을 거라고 생각해서 들어갔는데,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바로 갈 줄 알았다. 조금 지나서는 한 번만 더 힘을 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는 그냥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마음이 됐다. 포지션은 그대로였는데, 들고 있는 이유는 계속 바뀌고 있었다.
짜증이 났다. 가격에도 짜증이 났지만, 사실 어떻게 끝낼지 정하지 않은 채 화면만 보고 있는 나한테 더 그랬다.
며칠 거래했다고 시장을 알게 된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어디서 자꾸 꼬이는지는 조금 보였다. 잊기 전에 적어둔다. 다음에 또 “이번에는 다를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다시 읽으려고.
오를 거라는 생각만 있었다
처음에는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올라갈 것 같으면 롱, 내려갈 것 같으면 숏. 확신이 들면 10배나 20배를 썼다. 틀렸을 때 어떻게 나올지보다 맞혔을 때 얼마를 벌지가 먼저 떠올랐다.
빠진 게 있었다. 언제 오를 것인지, 오르기 전에 얼마나 내려갈 수 있는지였다.
가격이 100에서 출발해 나중에 120에 도착한다고 해보자. 그 사이에 96, 93을 찍을 수도 있다. 결과만 보면 상승인데,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한 포지션에는 별 의미가 없다. 나중에 내 예상대로 올라가는 차트를 보면서도 나는 이미 손실을 확정한 상태일 수 있다.
내가 몇 시간 뒤의 움직임을 기대하면서도, 그 사이의 흔들림을 감당하기 어려운 크기로 들어갔다는 게 문제였다.
내 분석의 시간은 몇 시간이었는데, 내 포지션의 수명은 몇 분짜리였다.
물론 레버리지 숫자 하나로 포지션의 수명이 정해지는 건 아니다. 진입 규모와 증거금, 손절 위치가 함께 작용한다. 그래도 이 문장이 당시 내 실수를 기억하기에는 가장 정확하다. 시간은 넉넉하게 예상하고 손실을 버틸 여유는 거의 주지 않았다.
몇 배로 들어갈지보다 먼저 정할 것
이제는 진입 전에 어디까지 가면 내 판단을 접을지부터 정하려고 한다.
100에 들어가서 92 아래에서는 상승 시나리오가 깨진다고 본다면, 손절까지의 거리는 약 8%다. 그 거리가 부담스럽다고 손절선을 근거 없이 99로 당길 수는 없다. 그렇다고 큰 포지션으로 92까지 버티겠다고 할 일도 아니다. 감당할 손실액에 맞춰 진입 규모를 줄이거나, 조건이 안 맞으면 거래를 건너뛰어야 한다.
숫자로 적으니 오히려 이해가 쉬웠다. 비용을 제외한 단순 예시로, 손절 시 10달러를 잃겠다고 정하고 손절 거리가 2%라면 포지션의 명목금액은 500달러다. 실제로는 수수료와 미끄러짐까지 고려해 여유를 둬야 한다. 먼저 손실액과 포지션 크기를 정한 뒤 필요한 증거금과 레버리지를 확인하는 순서다.
같은 명목금액이라면 레버리지 설정을 바꿔도 같은 가격 변동에서 발생하는 손익 금액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필요한 증거금과 청산 여유가 달라진다. 내가 경계할 것은 “레버리지를 올릴 수 있으니까 포지션도 더 크게 잡자”는 쪽이다.
20배에서 가격이 5% 반대로 움직이면 초기 증거금에 맞먹는 손실이 난다는 건 단순 계산이다. 실제 청산은 유지증거금, 마크가격, 수수료, 격리·교차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진다. 청산가를 손절선처럼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여기서 나왔다.
평소에도 이만큼 흔들리는구나
ATR도 그제야 쓸 이유가 생겼다. 이름이 어려웠는데, 내가 확인하려는 것은 최근 가격이 보통 어느 정도 흔들렸는지였다.
정확히는 선택한 봉과 기간을 기준으로, 이전 종가와의 차이까지 반영한 진폭을 평균 낸 값이다. 15분봉 ATR을 보면 최근 15분봉들의 진폭을 참고하는 것이지, 다음 15분 동안 반드시 그만큼 움직인다는 뜻은 아니다. 기본 ATR은 가격 단위이고, 비율로 비교하려면 ATR을 가격으로 나눠 퍼센트로 봐야 한다.
평소 움직임에 비해 손절선이 지나치게 가까우면 작은 흔들림에도 나갈 수 있다. 반대로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손절을 계속 멀리 옮기면 처음 정한 손실액은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ATR은 손절을 미루는 핑계로 쓰지 않으려고 한다. 들어가기 전에 거리와 크기를 계산할 때 볼 것이다. 방향을 알려주는 지표도, 손실을 막아주는 장치도 아니다.
세 시간 동안 바뀐 건 내 말이었다
ATH에 들어갈 때 기대한 건 빠른 돌파였다. 10배 롱을 잡고 전고점을 바로 넘는 모습을 기다렸다. 그런데 30분,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 기대했던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
15분봉으로 보면 세 시간은 열두 개의 봉이다. 나는 그동안 계속 같은 거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곧 뚫는다”는 판단은 어느새 “언젠가는 오르겠지”로 바뀌어 있었다.
이걸 구분해야겠다. 빠른 돌파를 기대한 거래라면, 시간이 지나도 돌파하지 못한다는 사실 역시 판단에 넣어야 한다. 고점이 낮아지고 상승 구조까지 흐트러진다면 더 그렇다.
앞으로는 가격 손절과 함께 시간 기준도 적어두려고 한다. 예를 들어 15분봉 돌파를 노린 거래라면 두세 개의 봉이 지난 시점에 무엇을 확인할지 미리 정해두는 식이다. 이 시간이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종목과 매매 방식에 맞게 기록하면서 조정해야 할 내 기준이다.
가격 손절선에 먼저 닿으면 그때 나간다. 시간 기준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버티지는 않는다. 반대로 가격이 손절선에 닿지 않았더라도 정해둔 시간과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정리하거나 줄인다. 들어간 뒤에 마감시간을 계속 연장하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익절하고 남긴 물량에도 계획이 필요했다
ATH에서는 첫 목표가에 75%를 정리하고 나머지 25%는 더 위까지 가져가는 주문을 생각했다. 일부를 먼저 확보하고, 추세가 이어지면 남은 물량으로 따라가는 방식은 내 성향에 맞아 보였다.
다만 목표를 여러 개 적었다고 계획이 완성되는 건 아니었다. 첫 익절이 된 다음 나머지를 어디서 끝낼지도 정해야 했다. 조금 팔았다는 안도감 때문에 남은 물량을 방치하면 다시 화면을 붙잡고 있게 된다.
5분봉이면 몇 퍼센트, 한 시간봉이면 몇 퍼센트 하는 식으로 정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짧은 봉의 직전 고점, 한 시간봉의 주요 저항, 더 큰 봉의 가격대를 보되, 내가 노린 거래 안에서 의미 있는 곳을 고를 것이다. 모든 시간봉에 목표가를 하나씩 만들 필요는 없다.
첫 익절 뒤에는 남은 물량의 손절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함께 적는다. 무조건 본전으로 당기면 되는 건 아니다. 가격 구조와 변동폭, 수수료를 보고 정하되, 이미 확보한 수익을 어디까지 되돌려줄지 내가 알고 있어야 한다.
지표가 많아도 결정을 대신해주지는 않았다
한동안 이동평균과 오실레이터 중 무엇이 더 정확한지 궁금했다. 한쪽은 매수, 다른 쪽은 매도라고 하니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몰랐다.
지금은 각각 무엇을 보고 있는지부터 구분하려고 한다. 이동평균은 지나온 가격을 평활화해 추세를 보게 해준다. RSI 같은 오실레이터는 최근 상승과 하락의 상대적인 강도를 보여준다. 강한 상승 중에도 단기 과열이 나타날 수 있고, 과매수가 떴다고 바로 하락하는 것도 아니다. 화면에 찍힌 Buy나 Sell은 해당 서비스가 정한 계산 규칙의 결과다.
우선 가격의 고점과 저점이 어떻게 바뀌는지 본다. BOS나 CHoCH 같은 표시도 그 구조를 읽기 위한 참고로 두려고 한다. 이름이 붙었다고 다음 움직임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량과 미결제약정(OI)도 함께 본다. 다만 OI가 늘었다고 매수세가 늘었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미결제약정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계약 수이고, 계약에는 매수와 매도 양쪽이 있다. 그것만 보고 어느 쪽이 우세한지 알 수는 없다.
오더북도 마찬가지였다. 큰 매도벽이 보이면 전에는 올라가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 가격에서 실제로 체결이 일어나는지, 체결 뒤 가격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까지 보려고 한다. 주문 수량이 줄었다는 것만으로는 체결된 건지 취소된 건지 구분하기 어렵다.
몇 개의 지표를 켜두느냐보다, 내가 지금 무엇을 확인하려는지가 먼저여야 했다.
다음 거래 전에 읽을 것
SOON이나 GRASS에서 수익을 냈던 거래를 돌아보면, 강한 종목이 눌렸다가 다시 움직이는 구간을 보려 했던 경우가 있었다. 그렇다고 몇 번의 수익으로 검증이 끝난 건 아니다. 같은 조건으로 기록을 쌓아봐야 한다.
계속 경계할 생각도 있다. “보통 세 번 오르니까 이번이 세 번째겠지.” 차트를 보는 것 같지만, 그 순간에는 내가 원하는 순서를 차트에 대입하고 있을 수 있다.
강하게 올랐던 종목을 지켜보다가 눌림 이후에도 구조가 유지되는지, 다시 매수가 붙는지를 확인하고 싶다. 확인되지 않으면 대기한다. 움직임을 놓치는 날도 있을 것이다.
다음 주문 전에는 아래 다섯 가지를 적어두기로 했다.
- 진입 이유와 가격. 어떤 움직임을 기대하고 들어가는가.
- 가격 손절. 어디까지 가면 판단을 접을 것인가.
- 시간 기준. 언제까지 어떤 움직임이 없으면 줄이거나 나올 것인가.
- 허용 손실액과 진입 규모. 손절했을 때 얼마를 잃고, 그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가.
- 익절과 잔여 물량. 어디서 얼마나 줄이고, 남은 물량은 어떻게 끝낼 것인가.
적어놓으면 당연한 말들이다. 그런데 나는 그 당연한 것들을 정하지 않고 세 시간을 보고 있었다.
이 글을 썼다고 다음 거래에서 바로 침착해질 것 같지는 않다. 또 급해질 테고, 조금만 더 기다리고 싶을 것이다. 그때 새 지표를 하나 더 찾기 전에 내가 적어놓은 손절 가격부터 확인했으면 좋겠다.
다음에는 주문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이 글을 열어볼 생각이다.
개인 매매 경험과 앞으로 시험할 규칙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지표의 기본 개념은 TradingView의 ATR 설명과 CME Group 용어집의 미결제약정 설명을 참고했습니다.
사진: Nick Chong / Unsplash. 과거 가격 차트를 담은 자료 사진으로, 본문의 ATH 거래 화면이나 수익 인증이 아닙니다.
